그저 그렇게
음식을 먹었을 때, 맛있다. 라고 표현하는 것
모아사마
2009. 6. 27. 04:35
내가 가지고 있는 무수한 문제점들 중, 하나를 고백한다면,
쉽사리 만족하지 못하는 성격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대인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점중, 또 하나를 고백한다면,
입맛이 까다롭다는 것이다.
사실 누군가의 집에 식사 초대를 받는다는 것은 굉장히 커다란 즐거움이다.
함께 식사를 나누면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쉽사리 만족하지 못하는 나의 까탈스러운 혀때문에 그러한 초대가 부담스러울 때가 종종 있다.
주로 음식을 먹으면, "괜찮네", "응, 먹을만하네" 정도로 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나의 모습.
나는 모든 음식을 먹기 전에 먼저 눈으로 면밀히 관찰을 한다.
그러면 주재료가 무엇이고 대충 어떠한 소스로 만들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음식을 젓가락으로 집은다음 입에 들어가기 전에는 크게 숨을 쉬어본다.
두려운 것에 대한 심호흡이라기 보다는, 냄새를 맡아서 나의 관찰을 한번더 확인하고,
그런 다음에 입속으로 집어넣는다.
혀가 판단을 하기 이전에, 눈과 코가 먼저 판단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면 나의 혀는 간단히 다음과 같이 4단계로 평가를 하게 된다.
1. 진짜 맛있다.
나의 상상을 넘어선 맛의 조화가 이루어졌을 때 나오는 표현.
여태껏 먹었떤 음식 중에서는,
상하이의 딘타이펑에서 먹었던 샤오롱 바오 + 생강채 두개. 반드시 생강을 곁들여야 한다.
오사카의 어느 초밥집에서 먹었던 참치 대뱃살인 오오토로 초밥.
고베에서 먹었던 새우튀김 우동.
뉴욕의 사이공 그릴에서 먹었던 Bo Luc Lac.
샌프란시스코의 TARTINE에서 먹었떤 Bread Pudding.
이렇게만 적으면 완전 된장남인줄 알겠다.
경복궁역에서 먹었던 토속촌 삼계탕.
동덕여대 앞에서 먹었던 김치부대찌게집.
서대문앞에 있는 김치찜.
위의 음식들도 정말 맛있었다.
2. 맛있다
눈과 코를 자극한 만큼 혀도 만족스러워할 때 나오는 표현.
3. 먹을만 하다
그냥 보통의 맛. 절대로 맛없다는 표현이 아니다!
4. 맛없다.
정말 그대로 도저히 못 먹어줄 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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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위의 글을 왜 적게 되었냐면,
지금 점심으로 오뚜기에서 나온 "전복죽"을 먹으려고 하는데,
심히 두려워하고 있다. ㅠㅠ
밥이 무르지는 않았을까, 전복은 신선할까, 비린내가 나지는 않을까.
무엇보다 참기름을 너무 많이 넣어서 너무 고소해지지는 않았을까, 아니면 참기름을 너무 일찍 넣어서 향이 다 날아가버렸으면 어떠할까.
이글을 쓰고 난다음에, 새로이 바뀐 저작권에 대해서 좀 알아보고
그 죽에 대해서 평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