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샌프란시스코.
Thanksgiving 휴가를 쏭양과 함께 Pittsburgh에서 잘 보내고,
나는 오전 6시 비행기로 Pittsburgh를 떠나기로 되어있었다.
시간을 역산하여서 4시 45분에 집에서 출발하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모든 일정들이 그다지 녹록하지 않았다
이미지 출처: http://redriverpak.wordpress.com/2010/07/19/the-correct-method-of-running-through-an-airport/
4시 45분: 집에서 출발.
4시 50분:
렌터카에 기름을 가득채워서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집 근처에 있는 주유소에 도착. 가뜩이나 마음이 급한데 주유기계의 키패드가 망가져서 신용카드의 비밀번호를 넣을 수가 없다.
다시 자동차 시동을 건다음 다른 기계로 이동하여서 주유.
4시 57분쯤...
내가 운전해서 공항으로 가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핸드폰의 네비게이션을 켰다.
그런데, 자동차 안이어서 그런지 달리고 있는 중이어서 그런지
내 마음은 급한데도 GPS위성을 잡을 수가 없다고 했다.
몇번을 계속 시도하다가, 그래도 Google Maps의 Driving Route를 적당히 외우고, 공항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사실 고속도로만 잘 들어가면 문제가 없지...)
불현듯, 공항이 20분 정도 걸리고 현재 시간이 거의 5시가 다 되었다는 것을 알고 마음이 더 급해졌다. 공항으로 가는 고속도로의 제한속도가 55MPH(시속 88km) 인데, 70~75MPH(시속 112~120km)로 열심히 달려주었다.
5시 15분.
공항 도착. 자동차를 돌려주고, 열심히 Ticketing을 위해서 뛰기 시작하였다.
자동차 돌려주는 곳은 1층, Boarding Gate는 2층, Ticketing은 3층.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기겁했다. 보안검색대의 끝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일단은 표가 있어야 하기에 3층으로 열심히 뛰었다.
5시 20분.
나는 6시 30분쯔음에 San Francisco로 가는 직항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Ticketing Counter에서 직항으로 바꾸어줄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직항을 타면 30분 늦게 출발하고, 1시간 일찍 도착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휴일의 마지막날이어서 그런지 직항은 남는 좌석이 없었고, 나는 원래대로 시카고를 경유하여 가는 표를 끊었다. 그리고 미친듯이 보안검색대를 향해서 뛰었다.
5시 25분.
이런 줄이 정말 너무너무 길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시간은 벌써 5시 반이 다 되었는데, 기다리는 줄으 중간쯤에 "그 지점부터 15분정도 소요"라고 적힌 표지판이 있다.
나의 바로 뒤에 서 있는 미국인 친구가 나를 격려해주기 시작했다. 그 친구의 격려로 줄이 더 빨리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마음이 1% 정도 진정되는 것 같았다.
5시 30분.
줄은 생각보다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너무나 아슬아슬해보인다. 바로 뒤에서 있는 또 다른 미국인이 우리의 대화 내용을 듣고서는, 3층에 Alternate Security Checkpoint(대체 보안검색대?) 가 있다고, 그곳으로 가보라고 했다. 자신들이 여기에서 내 자리를 확보하고 있을 테니, 한번 다녀와보라는 것이었다.
The Alternate Security Checkpoint는 3층에 있었고, 나는 또 열심히 뛰기 시작하였다.
5시 32분.
Alternate Security Checkpoint로 뛰어가면서, 아 저곳은 특별히 몸이 안좋거나, 나처럼 바쁜 사람이 가는 곳이겠구나... 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은 2분만에 깨어졌었다.
그냥 또 다른 보안검색대였던 것이다. 여전히 줄은 길었고, 반면에 검색요원의 숫자는 적을 것 같다. 더욱 오래 시간이 걸릴 것만 같다. 나는 다시 2층으로 돌아와서 그 친구들과 합류하였다.
5시 50분.
10분 남았다. 나는 이제 보안검색대의 가장 앞에서 Boarding Pass와 신분증을 검사하였다. 이제 남은 일은 가방과 몸만 수색하면 된다.
5시 53분.
드디어 내 가방이 들어간다. 자꾸 긴장해서인지, 가방을 제대로 X-Ray스캐너에 밀어넣지 않고, 몸부터 빠져나가려고 한다. 그래도 2분 정도만에 가방과 몸 수색을 마치고, 나는 뛰기 시작했다.
왜이렇게 공항이 커다란지. 이렇게 크게 만들거면, 검색대를 더 크게 만들어야 할 것 아닌가. 시간을 틈틈히 확인해가며, 열심히 뛰었다. 목이 타들어가는 것처럼 아팠지만, 비행기를 놓치는 것보다 낳으리라.
5시 58분.
출발시간보다 2분 일찍 도착하였으나, 게이트는 닫혀버렸다. 내 인생에 처음으로 비행기를 놓친 것이다. 나는 빨리 항공사 직원을 찾아야했다.
6시 00분.
내가 타려고 했던 게이트는 C57이고, 바로 옆에 있는 게이트는 C55인데, C55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는 원래 내가 타고 싶었던 직항이 출발하는 곳이었다.
그쪽에 있는 직원한테 다가갔더니, 내가 누구인지 단숨에 알아보아 깜짝 놀랐다.
"Mr Kim, you missed the flight." 이런 경우를 많이 보아서일까, 그 직원은 너무나 차분하게 말을 던졌었다. 나는 마음이 급한데 말이지.
"Is there any way that you can help me?" 라고 나는 물어보았고,
"Do you fly to San Francisco?"라는 직원에 물음에 나는 "Yes, I do" 라고 짧게 대답해주었다.
그러더니 내 표를 가져가서, 직항표로 바꾸어주는 것이었다.올레~!
게다가 나의 원래 표는 Economy 였는데, Economy Plus를 주었다. 할렐루야~
6시 45분.
이 직항편은 6시 30분에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6시 52분에 출발하는 것이었다.
나는 시원한 물 하나를 마시고서는 여유있게 기다리다가, 탑승을 하였다.
10F 새로 할당받은 나의 자리였다. 주로 A와 F가 창가측 자리이기 때문에, 또 한번 올레를 외치고, 10번째 열을 향해서 걸어갔다.
Economy Plus와 Economy의 차이점은 앞 좌석과의 간격. 약 5inch정도 더 넓은데, 이게 아주 커다란 차이를 만든다. 그런데 10번재 열은 다른 Economy Plus보다 앞뒤 공간이 더 넓은 것이었다. 바로 비상구 자리였던 것이다.
여태껏 한번도 앉아보지 않은 그 넓은 자리, 게다가 바로 옆에는 사람도 없다.
나는 두다리를 쭈욱 펴고 이 글을 쓰고 있다.
p.s.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대중 교통이 잘 안되어있기 때문에, 공항으로 갈 때는 거의 항상 라이드가 필요하다.
목요일에 공항으로 올 때는 룸메이트가 공항으로 데려다 주었고,
오늘은 교회 학준이형에게 부탁을 하였다.
그런데 학준이형에게 나는 믿음으로 9시 40분에 도착한다고, 즉 직항편 도착 시간을 알려주었다. :-)
이형은 이러한 나의 상황을 알았는지, 경유해서 오는 시간, 즉 10시 30분에 맞춰서 오고 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