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마치며

오랫만에 홀로 떠난 여행이었다.
나의 기억이 정확하다면, 10년전 여름에 정동진으로 떠났던 여행이 홀로 시간을 보낸 마지막 여행이다.

그때와 지금의 다른 점이라면,
정동진에는 바다와 바람만이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었고,
샌프란시스코는 수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었다.

지금 돌아와 하나 아쉬웠던 점은,
카메라를 가져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다.

석양을 보기 위해서 열심히 올라갔던 그 언덕길 대신,
많은 사람들의 표정을 놓치지 않을 수도 있었을 텐데.

커피를 마시면서 사진이라는 기록을 남기는 대신,
일기라는, 어찌보면 더욱 소중한 기억을 남길 수 있었을 텐데.

늘 뒤돌아서면 아쉬움이 남는 것이 인생이지만,
이제는 후회하지 않으련다.
다만 잊지 않으련다.
그러면 다음에는 조금 덜 후회하겠지.

마지막으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칵테일집?
마치 한국의 70년대 시골의 칵테일 바를 보는 것만 같다.

석양을 바라보며

오랫만에 오랫동안 석양을 바라보고 느낄 수 있었다.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값없이 주어진, 아니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그 아름다운 광경들을 놓치면서 살고 있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래도 다시금 이렇게 아름다운 광경을 바라보면서,
높은 언덕의 서늘한 바람이 나를 새롭게 해주었다.
다만, 이 숨막히는 광경을 카메라 렌즈에 그대로 담지 못하는게
조금 아쉽기는 하였다.

저 멀리 보이는 빌딩은
San Francisco에서 가장 높은 Transamerica Pyramid.



Nob Hill에 있는 Grace Cathedral의 첨탑과 달을 마지막으로,
San Francisco에서의 도보 여행을 마치기로 했다.

Union Square in San Francisco

이제 서서히 해가 지고 있었고, 건물 벽벽마다 여운이 남는 붉은 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Union Square의 한가운데는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거대한 나무를 손질하고 있었고, 나무 옆에는 스케이팅을 즐길 수 있는 조그마한 아이스 링크가 마련되어있었다.

그날 찍은 사진들 중 가장 기분이 좋은 사진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주변 사람들은 신경쓰지 아니하고,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만 집중하는 그 순간. 시계는 멈추는 것만 같고, 나에게 행복의 순간은 찾아온다.




아직은 Thanksgiving도 지나지 않아서인지, Union Square는 그다지 볼거리가 많지 않았다. 문득, 저 높은 언덕을 향해서 올라가는 자동차들을 보면서, 저곳에 올라가면 아름다운 석양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점점더 붉어지는 건물 외벽들을 보면서 나는 마음이 급해졌고, 부지런히 언덕 정상을 향해서 올라갔다.


걸음을 잠시 멈추고 즐기는 커피 한잔.

박물관에서 나만의 시간을 충분히 즐겼기에,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릴 Union Square로 가기로 하였다. Union Square에는 매년마다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를 설치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아름다운 조명으로 꾸며놓는 곳이기에, 그곳에서 또 사진을 찍기로 하였다.

당시의 시간이 약 4시정도 되었던 것 같다. 비록 Daylight Saving이 끝났지만, 아직 조명들이 켜지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기에, 지친 다리를 조금은 쉬게할 겸 커피를 한 잔 마시기로 하였다.

내가 기대하였던 커피 가게는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도 쉽게 볼 수 있고, 동일한 맛의 Starbucks나 Peet's Coffee가 아니라,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커피집이다.
그들만의 독특한 맛을 만들어낼 수 있는, 향이 좋은 그런 커피집을 기대하면서, 여러 Starbucks와 Peet's Coffee를 지나쳤었다.

그렇게 Union Square를 향해 걸어가다 우연히 발견한 Coffee Bean & Tea Leaf. 내가 한국에 있었을 때 가장 좋아했던 커피집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다양한 홍차의 향기가 가게안을 감싸고 있었고, 살짝 탄듯한 진한 커피에서는 쓰고, 시고, 진한 여운이 느껴졌었기 때문이다.

주저하지 않고, 그곳으로 들어섰다. 이곳에서도 한국에서처럼 다양한 홍차의 향기가 가게안을 감싸고 있었다. 나는 차가운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였고, 구석에 자리를 잡고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한국에서와 동일한 커피맛. 예전에는 너무나 맛있었던 그 커피의 맛이 이제는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깊고 진한 맛을 추출해내기 위해서 도를 넘어선 느낌이다.

나는 커피에 대해서 그다지 잘 알지도, 그리고 그들이 만드는 것을 자세히 관찰하지도 못하였다. 그렇지만 나의 느낌은, 신맛을 줄이기 위해서 빠른 시간에 추출하려고 노력하였고, 빠른 시간에 진한 향이 나오게 하기 위해서 커피 콩을 너무 많이 볶은 느낌이었다. 물론, 나의 분석에 대해 신뢰도는 전혀 없지만.


그렇지만 조금 지쳐가고 있던 나에게 충분히 맛있었고, 기분 좋게 해주는 커피 한 잔이었다. 한 시간 가량 휴식을 취한 후에 나는 다시 Union Square를 향해서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San Francisco Museum of Modern Art

사실 나에게 박물관이라는 곳은
늘 외딴 곳에서 웅장한 건물로 존재하였었다.
국립중앙박물관, 경주국립박물관, 시카고의 Field Museum등이 그리하였다.

자칫하면 이곳을 무심결에 지나칠뻔 하였다.
높은 건물들 사이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뿜어내는
SF MOMA앞에서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세상의 수많은 잘난 사람들 가운데에서도 나만의 향기를 풍길 수 있는.

박물관에 들어서고 우리를 반기는 첫번째 그림은
우리가 Modern Art앞에 서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하지만 나는 다음과 같은 그림을 훨씬 더 좋아한다.


나는 Mark Rothko의 저 그림을 보면서,
우리의 삶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뜨거운 열정이 우리의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 하고 있더라도,
여전히 우리는 깊은 부분에는 걱정과 근심이 가득하다고.

하지만 희망이 있는 것은 뜨거운 열정은 더욱 커져나가고,
근심, 걱정은 사그러 들어갈 것이라고.


마치 상처입고 피멍이 듣 것만 같은 저 하트앞에서 나는 무엇을 보는가.

그리고 그 한가운데 있는 손잡잉. 하지만 저 손잡이가 그 마음을 열어줄 것 같지는 않다.


눈을 똥그랗게 뜨고 있는 마이클 잭슨이 인상깊었던 작품.

마이클 잭슨과 황금 원숭이와는 무슨 관계가 있는지 궁금했다.


박물관은 생각보다 작았지만, 개개인의 전시회들은 알차게 구성이 되어있었다. 아직은 고전을 보는 것만큼 커다란 감흥은 없지만, 언젠가는 이것또한 고전이 될 것임을 알고 있기에, 조금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로 하였다.


모든 전시회를 관람하고 내려오는 길에, 계단에 홀로이 서서 입구를 바라보고 있는 어느 한 남자가 보였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무엇이 그를 이곳으로 이끌게 만들었을 까, 사뭇 궁금하여졌지만, 그만의 생각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궁금함을 박물관에 묻어두고 다시금 San Francisco를 걷기 시작하였다.

드디어 점심 식사.

나는 Modern Art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의 수준이 Classical Art에 비교해서 떨어진다고 생각해서는 아니다.
오히려, Modern Art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추상화와 같은 그림을 보게 되면,
나는 작가의 생각을 도무지 읽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San Francisco Museum of Modern Art를 선뜻 가게 된 이유는
이곳이 SF에서 꼭 가보아야 할 곳중 한군데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도 한번쯤은 가보고 왜 그들이 꼭 가보아야 한다고 말하는지
이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박물관에 들어가서 구경하기에 앞서,
주린배를 다스려 주기로 하였다.

SF MOMA 주위를 돌면서 식당을 찾다가,
결국에는 SF MOMA Cafe에서 먹게 되었다.

주문한 메뉴는 Margarita Pizza와 Clam Chowder Soup.
나는 어느 음식점을 가든 가장 재료가 적고 기본적인 음식을 시키는데,
그것을 보면 이 집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고, 다른 음식들에 대해서도
간이나 맛을 대충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Soup로는 French Onion Soup을 시키고 싶었으나,
없었으므로 Clam Chowder Soup.

먼저 Margarita Pizza.
맛이 없었다.
이 피자의 가장 기본은
얇은 도우(3mm)와 신선한 토마토, 그리고 바질의 기본 조합이다.
재료가 얼마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도우가 두꺼우면 토마토, 치즈, 바질의 맛을 덮어버리고,
토마토는 설명할 필요도 없고,
바질은 유일한 향신료이기 때문에 정말 중요하다.

칭찬부터.
토마토는 신선했고, 잘 굽혔다. (아주 약간만 더 굽혔으면 더 좋았으련만.)
끝.

이제 비판 시작.
도우가 너무 두꺼웠다.
게다가 마치 전자렌지에서 익힌 것처럼 딱딱해서,
잘 구워서 말랑말랑해진 토마토를 씹는 맛이 지워버렸다.

토마토는 신선하였으나,
조금더 얇게 썰어서 여러개를 배치하였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었을 것 같다.
토마토 부분이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 (그렇지만 끝까지 다 먹었다. ㅎㅎ)

바질은 그냥 이름이랑 모양만 내려고,
대충 다진 다음에 뿌려버렸고,
치즈는 빵과 분리가 되어서 따로 놀아주셨다.


두번째 Clam Chowder Soup
첫 수저의 느낌은
맛은 굉장히 진한데, 이상하다.
였다.

두번째 수저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스프 육수의 맛이 진한 반면, 조개의 향이 우러나오지 못하였다.

살아있는 조개 안에 있는 육수를 충분히 이용해야지,
진짜 맛있는 Clam Chowder Soup를 만들 수 있는데,
이것은 시장에서 조개살만 따로 빼서 봉지안에 넣어서 파는
그런 조개살을 이용한 것 같았다.

그래도 조개살은 너무 딱딱하지 않게 잘 삶았더라.


사실, 이 식당을 처음에 보고도 나는 그냥 휙 지나쳤는데,
그 이유는 나에게 지론이 있기 때문이다.
1. 고속버스 터미널 앞에 있는 식당들중 메뉴가 많은 식당은 가지 않는다.
2. 박물관 미술관, 극장안에 있는 식당은 가지 않는다. 비싸고 맛이 없다.

오늘도 나의 지론이 옳았음을 가르쳐 주는 점심식사였다.


그래도 MOMA는 제법 좋았다!.

Ave Maria와 식당 탐사

15분 정도 걸어서 Pasta Bene에 도착하였으나,
아뿔사, 이곳도 토요일 점심에는 영업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아주 배가 고픈 것도 아니고,
주변을 돌아다니는 것 또한 즐거움이니,
무작정 걸어보았다.

얼마 걷지 않아서, 제법 많은 수의 사람들이
길 거리에서 브런치를 즐기고 있는 모습들이 보였다.
올레. 내가 기대했던 것이 저렇게 검색이 되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곳이었다.


식당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좁은 골목을 가볍게 울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였다.
이것은 분명히 사람의 목소리가 울리는 노래가락이었다.


동시에 두가지 기쁨을 누리게 되다니.
Pasta Bene가 닫은 것이 오히려 감사하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Bistro 69의 주메뉴는 샌드위치 였고,
나는 파스타를 먹고 싶었기 때문에,
그곳을 떠나서 다시금 걷기 시작하였다.

결국에는 SF MOMA안에 있는 SF MOMA Cafe에서 맛없는 식사를 하였다.

첫 목적지와 식당

내가 살고 있는 Mountain View에서 San Francisco까지
승용차로는 약 40분, Caltrain 이라는 기차로는 약 1시간 15분이 걸린다.

Caltrain은 한시간에 한 대씩 운행이 되는데,
10시 19분 타고 일찍 떠나서 브런치를 먹으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아침에 교회에서의 일정들이 겹치면서, 11시 19분 기차를 탔고, 12시 45분쯤 도착하였다.

가방에는 간단한 간식거리, 초콜렛, 캐슈너트, 물을 몇병 챙겼고,
일기장, 읽을 책 한권, 그리고 룸메이트로부터 빌린 카메라를 넣었다.

시간은 점심때가 되었지만, 아침에 교회에서 국밥을 먹었기 때문에,
일단 어디론가 향하기로 하였다.

원래 목표는 Civic Center앞으로 가서 Farmers Market에 가는 것이었다.
관광객들보다는 지역 주민들이 많이 드나드는 그곳에서 사람들의 표정과
그들의 삶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기차에서 내린 다음 나도 함께 기차에 동승하였던 많은 사람들 처럼,
지도를 하나 구해서 편 다음, Civic Center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보았는데,
갑자기 내 눈에 SF MOMA가 들어왔다. San Francisco Museum Of Modern Art.
거리도 그다지 멀리 떨어져있지 않았다. 약 1mile (1.6km.)

일단 그곳으로 향하기로 했고,
중간에 괜찮아 보이는 식당이 있으면 그곳에서 식사를 하기로 하였다.

나의 기대와는 달리 SF MOMA까지 가는 길에는 괜찮아 보이는 식당이,
아니 그냥 일반 식당들도 거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핸드폰을 꺼내들었고,
주변에서 괜찮은 파스타 집을 검색하였다.
많은 레스토랑들이 토요일 점심에는 영업을 하지 않았지만,
우연히 평도 좋고 "Good for Lunch"라고 적혀있는
Pasta Bene를 찾았고, 나는 그곳을 향해서 걸어갔다.

숫자로는 0.3mile. 500m 밖에 되지 않았지만,
검색이 끝난 순간 핸드폰을 닫고, 주변을 관찰하면서 걸었기에,
15분정도 걸렸던 것 같다.

홀로 떠나는 여행.

주위를 둘러보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적어도 한국에서 회사를 다닐 때는,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면서 생각도 하고,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으면서,
주위를 둘러보면서 살아왔었는데.

이곳에서는 몇 발자국 안되는 주차장까지의 걸음,
그리고 조금을 이동하더라도 운전을 하기 때문에,
주위를 둘러보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다.

혼자서 도보 여행을 떠나기로 하였다.
멀리는 가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기차를 타고 샌프란시스코에 가서,
이것저것을 둘러보면서, 그동안 놓쳐왔던 것들을 회복하고 싶었다.

10년전 홀로 떠났던 정동진만큼 많은 생각을 할 수는 없겠지만,
바쁘게만 살아가고 있는 나의 삶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주기를 기대해본다.

prev 1 next